[화제의 전시-한만영 개인전] 동서양 명화 차용 ‘시간의 넘나듦’ 표현

입력 2012-11-11 17:56


동서양의 유명 회화를 차용해 ‘시간의 복제’라는 작품을 선보여온 한만영(66)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명화를 양각과 음각이 있는 입체 작품으로 재현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재료와 작업 방식은 전시 때마다 바뀐다. 올해 대학(성신여대)을 정년퇴직한 그가 전업 작가로 나선 후 첫 개인전을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22일까지 연다.

얇은 철판에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등 명화들의 윤곽선을 새긴 다음 푸른빛 캔버스에 부착한 작품 20여점을 전시장에 내걸었다. 조각 기법을 활용해 입체성을 살린 신작들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다. 일종의 ‘철제 오브제 회화’라 할 수 있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간의 복제-꿈’은 “꿈에 나비가 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꽃도 구경하고 들도 구경했으나 깨어보니 인간인 나였다”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호접몽’을 ‘인생의 덧없음’이라는 것보다는 ‘시간의 넘나듦’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 현대 기계문명 속에서 원본과 복제, 현실과 가상, 삶과 죽음이 결국 하나라는 얘기다.

300호 크기의 화면에 그린 작품 ‘매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살아있는 싱싱한 매화가 마치 조금씩 시간 차이를 두고 피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홍색 바탕에 꽃과 가지만 그려내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두어 비움의 철학을 추구했다. 작가는 “과거에는 한 우물만 열심히 파면 됐지만 이제 융합의 시대를 맞아 혁신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의욕을 보였다(02-732-3558).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