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쏟아지는 대선 공약들 꼼꼼히 살펴보자

입력 2012-11-11 18:28

경제와 외교안보 현안 해법 반드시 비교 검토해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어제 일제히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 등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7대 정책과제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 문제를 비롯해 5개 분야에 대한 정책자료집을, 안 후보는 7대 비전과 25개 정책과제, 850여개 실천과제를 담은 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을 각각 내놓았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라는 한 가지 주제에 관한 공약을 밝힌 반면 문·안 후보는 그동안 발표했던 내용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공약들을 한꺼번에 선보인 것이 눈에 띈다.

문·안 후보가 같은 날 두툼한 책자를 통해 공약을 제시한 것은 현재 두 후보 측이 진행 중인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약 발표가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 다툼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안 후보가 공약집을 내놓으면서 문 후보에게 기왕에 합의한 ‘새정치 공동선언’과 함께 경제개혁, 안보평화를 위한 공동선언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문 후보가 수용한 점은 이를 시사한다. 뒤늦게나마 구체화된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밝힌 것은 평가할 부분이지만, 순수성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까닭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유권자들의 불쾌감을 살 가능성도 있다. 수백 쪽 분량의 책자를 유권자들에게 느닷없이 건네며 꼼꼼히 읽어본 뒤 판단하라고 요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간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을 섬기며, 우리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후보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들을 차분하게 비교·검토해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문·안 두 후보의 현재 공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 예로, 두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문제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는 ‘강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300명 정원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안 후보는 ‘국민과의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2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유권자들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그리고 타협안이 나온다면 어떻게 설명할지 지켜봐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여야 후보의 진검승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는데, 타개책은 여의치 않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돼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북한·러시아에 이어 일본과 중국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돼 있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경제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여야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난국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명확한 대안 없이 선언적 공약을 일삼는 후보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