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젊은 에이스의 모습
입력 2012-11-11 18:38
인터넷을 통해 처음 봤던 그의 커브는 예술이었다. 좌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궤적에 타자들은 주저앉거나 뒤로 물러났지만 볼은 어김없이 홈 플레이트 위를 지나 포수 미트에 꽂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젊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얘기다.
2008년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좌완투수 커쇼는 데뷔 4년 만인 지난해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1승5패 평균자책점 2.28, 탈삼진 248개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에도 방어율 2.53에 14승을 올렸다.
1988년 3월 19일생으로 이제 만 24세. 젊은 나이에 정상에 오른 많은 선수들이 성공에 취하는 것과 달리 커쇼는 시즌 중 매일 체력단련을 하는 등 엄청난 훈련량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롱런을 야구 관계자들이 확신하는 이유다.
그를 보며 더 놀랐던 것은 야구를 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었다. 고교시절 만난 여자친구와 7년 교제 끝에 2010년 12월 결혼한 커쇼는 결혼 직후 비영리 자선단체 ‘Arise Africa’와 함께 잠비아를 방문했다. 당시 갓 스물두 살인, 혈기 넘치는 성공한 메이저리거의 신혼여행이 잠비아에서의 봉사활동으로 채워진 것이다.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커쇼는 어린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희망의 보금자리’로 이름붙인 고아원을 짓고 의약품 등을 마련하는 자선사업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잠비아에서 돌아온 커쇼는 삼진을 하나 잡을 때마다 100달러를 기부했다. 각종 상을 받을 때마다 상금의 80%가량도 내놨다. 지난해 그가 기부한 총액은 49만 달러(약 5억7000만원)가 넘었다. 올해 적립된 기부금은 고아원의 가구 등을 마련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커쇼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대한민국의 ‘젊은 에이스’ 류현진을 잡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을 한화 이글스에 제시했다. 박찬호의 무대였던 다저스타디움에 류현진이 등판할 것을 그려보는 마음은 벌써부터 설렌다. 물론 부진의 늪에 빠질 수도 있고, 슬럼프도 있겠지만 어려운 팀 사정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그이기에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당장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커쇼에게 한수 배운다는 마음을 먹기 바란다. 한 살 어린 동생이지만 야구장에서나 야구장 밖에서나 커쇼는 본보기가 될 만하다. 커쇼가 LA의 자랑이 되었듯 류현진이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