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는 검사의 비리의혹이다

입력 2012-11-11 18:24

현직 부장검사가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과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곧바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11일 검찰청사 내 해당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하는 ‘이중수사’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특임검사가 나선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이 조직보호에 급급해 사건을 가로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특임검사의 수사 착수와는 무관하게 경찰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희팔은 투자자 3만여명의 돈 3조5000억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달아난 희대의 사기범이다. 피해자들은 아직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가 피라미드 업체를 운영하다가 중국으로 도피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남아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사망했다지만 최근 목격자가 다시 나타나 수사가 재개됐다.

그런 범죄자로부터 현직 부장검사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착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휘권을 행사하는 대신 직접 수사하겠다며 이중수사 상황을 만든 검찰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지난해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4·11 총선 이후 착수한 각종 정치인 수사에서는 능력마저 의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사건 때문에 “더 이상 검찰에 기대할 게 없다”는 비난이 쏟아질 만큼 여론은 악화됐다. 하지만 검찰은 ‘검사가 수사해야 정확하고 공정하다’는 특권의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중수사 사건은 검찰이 맡는다는 현행 규정에 따라 이번 사건은 특임검사가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다시 시험대에 선 것이다. 특임검사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동시에 검찰은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사안을 희석시키지 말고 또다시 무너진 신뢰를 되찾을 방법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