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파업… 1217곳 급식차질

입력 2012-11-09 18:59


9일 오전 서울 대치동 도곡초등학교 등굣길. 평소와 달리 아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 학교 급식조리 노동자들이 이날 하루 벌어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참여해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 앞에서 도시락을 챙겨주던 학부모들은 “친구들과 잘 나눠먹어”, “도시락 가방 꼭 챙겨와” 등 당부를 했다. 학부모들은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느라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아이들은 도시락을 들고 “신기하다”,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직장맘들은 인근 김밥집이나 편의점, 도시락전문점에서 산 음식을 아이들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이날 파업으로 전국 공립 초·중·고 9647개교 중 12.6%인 1217개 학교에서 급식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집계했다. 학교들은 단축수업(207개교), 도시락 지참(497개교), 빵·우유 대체급식(487개교) 등으로 대처했다. 파업에는 전국적으로 1만100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식원, 조리사, 영양사, 행정실무원,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 학교비정규직노조원은 전국적으로 3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교사들이 자비로 빵과 우유를 사 제공하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조합원 1000여명이 참여해 총파업 집회를 열어 교육공무직 법제화와 호봉제 전환 등을 촉구한 뒤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했다. 한 근로자는 “1년을 일하나 20년을 일하나 100여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연대회의 측은 “이달 중 2차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파업 참가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행정조치 및 형사고발 원칙을 적

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도시락 지참과 대체급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수립하도록 시·도교육감과 학교장에 지시하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심리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유의하도록 했다.

학부모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파업이 재발하면 단위학교 학부모회를 통해 도시락 공동구매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