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돈 받은 검사 2∼3명 더 있다”… 수사 확대
입력 2012-11-09 18:48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A검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에 다른 현직 검사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9일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가 2∼3명 더 있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조희팔이나 유진그룹 외에 다른 곳에서 돈을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이 관계자는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수백만∼수천만원의 돈이 수차례 입금된 내역이 있다”며 “순수 스폰서 성격일 수도 있고 대가성이 의심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A씨가 지난해 유진그룹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파는 과정에서 2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이 과정에서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유진그룹에서 받은 6억원 중 5000만원은 자금 세탁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6억 중 5억5000만원은 수표로 받았고 5000만원은 계좌로 입금 받았는데, 이 5000만원이 계열사의 직원, 비서실 직원, 직원의 장모 명의 등으로 쪼개서 입금돼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 2008년 조씨 측근 강모(51)씨로부터 2억원,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6억원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씨는 “조희팔과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이고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면서 “명예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수사 기관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친구 강씨로부터 빌린 돈은 모두 돌려줬고 후배로부터 빌린 전세금 6억원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아직 갚지 못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검찰 개혁이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전면화된 상황에서 A검사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이 터지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고검의 한 간부는 “차명계좌를 통해 돈 거래를 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인 김수창 검사를 특임검사로 지명하고 A씨 사건 수사에 착수토록 했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아직 수사개시 보고를 안했다”면서 “검찰에서 단순 진상파악만 하기에는 의혹이 커져 신속한 수사를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내사 단계인 만큼 특임검사가 경찰에 공식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임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 등 독자적 권한을 갖고 수사해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지난해 ‘벤츠 여검사’ 사건도 특임검사가 맡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별도 수사를 한다면 이중수사로,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건지 빼앗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내사가 아닌 수사단계이며 우리대로 수사를 계속하겠다”며 “조금 전에 A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강주화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