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원전이 없다… 영광 3호기도 결함 연말까지 가동 중단

입력 2012-11-09 18:48

영광 원자력발전소 3호기 제어봉 상단부에 있는 안내관에 균열이 발견됐다. 검증서 위조 부품을 사용한 영광원전 5·6호기에 이어 3호기마저 정비를 위해 적어도 연말까지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여 겨울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3일 영광 3호기에 대한 계획예방 정비를 하던 중 제어봉 상단부의 안내관 6곳에서 균열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제어봉은 핵연료 우라늄의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설비로, 안내관은 제어봉의 통로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안내관 84개 중 6개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 전문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정확한 균열 원인을 파악한 뒤 안내관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 안전과 직결된 원자로의 제어봉에서 발견됨에 따라 원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또한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5·6호기에 이어 발전용량이 100만㎾인 영광원전 3호기까지 가동을 못 하게 되면 예비전력이 바닥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원전 안전을 총괄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3월 영광원전 5·6호기에 문제가 있는 부품이 534개나 납품됐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한수원이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보정의당 핵안전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3월 26일부터 5일간 영광 5·6호기에 대한 품질보증 유효성 검사를 진행한 결과 계전기 구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제품이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영광 5·6호기 품질보증검사보고서’에는 ‘안전성 등급 품목 구매관리 부적합’이라는 평가가 적시돼 있다. 또 ‘안전성 등급 계전기 구매가 이중대리점을 통해 납품되고, 일반 규격품 품질검증 절차서 및 품질검증계획서를 발주자 승인을 받지 않고, 구매시방서에 일반 규격품 품질검증 대상을 명시하지 않아 인수검사 시 품질 문서에 대한 검토가 수용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납품된 계전기 부품은 영광 5·6호기 발전소 제어 계통에 사용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품질검증서 등을 한수원에 제출, 승인받아야 하지만 이를 제출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핵안전특별위원회는 “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수원이 납품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은폐했다는 의문이 든다”며 “또한 정부와 한수원이 밝힌 것처럼 퓨즈 등 단순 소모품에만 위조 사건이 국한된 게 아니라 중요 부위 전체에 문제 부품이 사용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