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G2 시대] “공화 주도 의회의 초당적 협력… 오바마 2기서도 기대 접어야”

입력 2012-11-09 18:46


토마스 E 만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미국에서 손꼽히는 미 의회·정치 전문가인 토마스 E 만(68·사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통령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하원)와 초당파적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화당 내 극단적 보수세력인 티파티(Tea Party)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공화·민주당의 협상 불발로 내년 초 짧은 기간이나마 정부 지출이 대폭 감소해 경제에 충격을 주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프린스턴대 교수 등을 지낸 만 박사는 미 정치학계의 원로다. 지난 5월 출간한 ‘보기보다 훨씬 심각한 미국 정치(It’s Even Worse Than It Looks)’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높은 실업률 등 어려운 경제상황과 심각한 정치분열 속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경합주에서 이겨 선거인단을 332명이나 얻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국 득표율도 50%를 넘었고, 민주당은 상원에서도 2석을 더 늘렸다. 간단히 말해 오바마의 승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계속 장악하고 민주당은 대통령과 상원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크게 보면 지금과 다를 게 없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미국이 재정절벽을 피할 것이라고 보나.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나.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당이 합의할 때까지 짧은 기간이나마 정부지출 축소와 가계 세금부담 증가로 경제가 충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공화당이 절충안에 쉽게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때는 민주·공화당 간에 초당파적 협력(bipartisan cooperation)이 이뤄질까.

“초당파적 협력이 함께 마음을 열고 일한다는 의미라면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라. 선거 이후에도 정치 분열이 완화됐다는 증거가 없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승리를 통해 공화당 반대로 정책 추진이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는 교착상태를 뚫는 데 약간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예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하원의 협조 없이는 경제정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첫 임기 때 목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면 의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통령은 화해와 설득을 해야 하지만 맞설 것은 맞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공화당으로부터 초당파적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공화당은 예전의 공화당이 아니다.”

-공화당의 미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편협함과 유권자들의 주요한 욕구를 거부한 것이 패인이다. 좀 더 포용하고 현안 해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당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경제 사정이 점차 나아지면서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는 티파티 단체들의 당내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자신의 말대로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보나.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이며 그의 관심을 충족시킬 역할을 찾아낼 것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와 패자를 꼽는다면.

“최대 승자는 일찍부터 전국 득표와 경합주 상황을 광범위한 통계 처리를 통해 공정하게 전해준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다. 패자는 롬니 당선을 위해 카지노재벌 셀든 아델슨 등 억만장자들로부터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조지 부시의 선거전략가 칼 로브라고 생각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