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맥못추자… 코스피 하락
입력 2012-11-09 20:27
미국 맥도날드의 월 매출이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의 추락 소식에 한국의 코스피 시장이 요동쳤다. 지구 반대편 뉴욕에 있는 햄버거 가게 손님이 줄자 코스피지수가 떨어지는 ‘나비효과’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맥도날드는 9일(현지시간 8일) 전 세계 3만4000여개 영업점 가운데 13개월 이상 개장한 동일 점포들의 지난달 매출액이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 매출이 감소하기는 200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맥도날드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2.2%나 줄었다.
그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던 맥도날드마저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 미국 내 재정절벽(Fiscal Cliff) 악재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맥도날드의 발표에 따라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졌다. 미 재정절벽과 그에 뒤따를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러일으킨 공포감이 맥도날드와 코스피지수를 연결하는 인과관계다.
재정절벽은 미 정부가 부채 한도를 증액하지 못해 재정 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세금 감면이나 정부 지출이 중단되면서 경기침체 등 엄청난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 의회예산처(CBO) 등은 자동으로 6000억 달러(652조원)에 이르는 재정 삭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6000억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이르는 액수다. 재정절벽을 막으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이 연말까지 재정적자 감축 방안과 국가부채 한도 확대에 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웬만하면 투자를 권하는 국내 증권사마저 미 정치권의 빠른 합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달 의회는 어쨌거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의회’이기 때문에 선명한 합의는 일러야 내년 1월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간 차일피일 재정절벽 이슈를 미룬 미 의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계속되는 점,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불안하다는 점도 공포를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감소하는 등 최근 여러 지표가 긍정적이라며 미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장밋빛 전망을 펼치기도 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415억4500만 달러로 전월(437억9000만 달러)보다 22억4500만 달러(5.1%) 줄었다. 또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8000명 줄며 고용시장 훈풍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경기지표의 반짝 호조로 재정절벽 우려를 거두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더 많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 신규수출 주문지수가 여전히 부진해 미국 수출의 호조에 지속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실업자 수 감소에는 웃지 못할 변수가 하나 숨어 있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통계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샌디 때문에 실업수당 신청을 받아야 할 사무실이 정전된 사례가 많았고, 샌디 때문에 신청을 미룬 실업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