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챔프’ 삼성의 굴욕…대만 라미고에 완봉패

입력 2012-11-09 22:14

부산 사직구장에서 9일 열린 아시아시리즈 2012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와 퍼스 히트(호주)의 경기. 2818명이라는 썰렁한 관중과 함께 요미우리가 4-1로 앞서나가며 다소 밋밋한 경기가 이뤄진 8회말. 일순간 관중석에선 “와” 하는 함성이 울러 퍼졌다. 바로 ‘대성불패’ 구대성(43)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관중석에선 한화 시절 구대성의 유니폼을 든 팬들도 보였다. 구대성이 국내 마운드에 등판한 것은 2010년 9월 3일 대전 삼성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비록 ⅓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내줬고, 3루수의 불안한 수비 때문에 3실점(1자책점)하긴 했지만, 국내 팬들은 구대성의 투구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듯 연방 환호를 이어갔다. 직구 구속이 평균 130㎞대에 머물 정도로 예전보다 구위는 한참 떨어졌지만 뒤로 돌아서다 갑자기 앞으로 공을 던지는 특유의 투구 폼은 그대로였다. 구대성은 “한국에서 오랜만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떨렸다”며 “다만 호주에서 던질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구도 몸 상태도 별로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우승후보 요미우리는 경기 중반까지 퍼스에 끌려가다 7회 터진 대타 아베 신노스케의 결승타에 힘입어 7대 1로 역전승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선 한국시리즈 패자이자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라미고 몽키스(대만)에 0대 3으로 완패하며 예선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삼성은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인 라미고 선발 마이클 로리에 9회까지 단 3안타에 묶이고, 삼진을 무려 11개나 내주며 완봉승을 안겨주는 치욕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 이승엽도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부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