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이코노미 安’ 나도 서민스타일?
입력 2012-11-09 21:18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주변에서 ‘이코노미 안(安)’이란 말을 종종 쓴다. 서민적 풍모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제주도에 다녀올 때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지난달 25일 울산 방문길에는 KTX 일반석을 탔다. 깜짝 놀라는 승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탈(脫) 권위적인 모습도 자주 선보인다. 대입 수능시험 전날인 7일에는 캠프 관계자들의 고3 자녀 2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해 “저 안철수예요. 시험 잘 보세요”라고 격려했다. 학생들은 뛸 듯이 좋아했고 부모들은 무척 고마워했다고 한다.
지역을 다닐 때는 수행원·경호원과 함께 국수 짜장면 국밥 등 6000∼7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 옷에 음식을 흘릴까봐 앞치마 같은 걸 두르고 ‘볼품없이’ 먹을 때도 많다. 언론과 시민들의 카메라가 항상 그를 보고 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만 길에서 음식 먹는 건 내켜하지 않는다. 정치 입문 전 언론에서 거리음식 먹는 정치인을 보면 ‘연출’이란 생각이 들어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갈빵이나 호떡을 건네받으면 조금만 먹고 뒤에 가서 마저 먹었는데 “이런 음식 싫어하냐”는 오해가 생기자 요즘은 앞에서 열심히 먹는다.
옷이나 가방도 오래된 것이 많다. 그를 밀착 수행하는 허영 비서팀장은 9일 “후보가 집에서 자료를 출력해 나올 때 보면 이면지를 활용하더라”고 했다. 수천억원대 재산과 의사·기업인·교수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의외로 서민적인 풍모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서민 스타일’은 향후 논란에 대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최근 ‘문 후보=서민 대통령’을 강조하며 ‘안 후보=귀족 대통령’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안 후보 측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새누리당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재벌 2세들과 어울렸다”는 얘기를 다시 끄집어낼 것이다.
‘철수’라는 서민적 이름처럼 서민 스타일이 그의 몸에 밴 것인지, 늘 주장하는 특권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하는 중인지, 아니면 고도의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는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재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