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1부) G2 대결이냐 협력이냐] ② 경제·통상 패권은

입력 2012-11-09 21:24


中 “성장” 역설 직후… 美,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반덤핑 관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7일(현지시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최고 250%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이었고,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인당 소득을 2020년까지 2배로 높이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주요 2개국(G2)의 경제 전쟁은 정권교체 와중에도 쉴 틈이 없다.

◇무역 전쟁=중국 공산당 이론가로 알려진 왕후닝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가 중국의 차기 외교 수장으로 거론되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그가 외교 전면에 나설 경우 경제 분야에서도 전방위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하버드대 니얼 퍼거스 교수는 중국과 미국을 ‘차이메리카(China+America)’라고 불렀다. 이와 잇몸처럼 서로 돕는 관계여서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국가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2기 정권이 출범하고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 차이메리카의 협력관계는 서서히 세계경제의 패권을 놓고 대립·경쟁하는 관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나부터 살자”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경제회복 전략으로 삼고 있다. 제조업을 살리려면 연간 300조원에 이르는 대중 무역 적자를 줄여야 한다. 미 경제정책연구소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이 대중 무역 적자로 잃은 일자리가 270만개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1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은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 량센핑은 “중국 경제는 앞으로 자산 거품, 성장 정체, 물가 폭등의 3가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3대 위기를 이용해 환율·무역·원가를 공략, 중국을 미국의 경제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고 자신의 저서 ‘중·미 전쟁’에서 경고했다. 량 교수의 논리는 중국 내에서 확산되는 반미 감정과 미국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차기 중국 지도부의 경제 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다. 무역 전쟁에서 결코 밀리거나 타협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두 나라 사이에 맴돌고 있다.

◇화폐 전쟁=달러·위안화 환율 문제는 통상문제보다 더 어렵다. 중국이 수세에 있는 입장이다. 미국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오바마도 취임 첫해부터 계속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8월부터 지난달까지 5% 내렸다.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올라 중국의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미국이 원하는 바였다. 하지만 ‘화폐 전쟁’이란 베스트셀러 서적의 제목처럼 중국은 여전히 위안화 환율을 지키는 것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공격에 맞서 국가적 주권을 지키는 문제라고 여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두고 투자자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8일 연속 위안화가 변동폭 하한치에서 거래됐지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가격(액면가격)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었는데도 위안화 가격을 싼값으로 유지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0.6% 올랐는데, 위안화는 0.02% 오르는 데 그쳤다.

당장 중국의 수출 기업에는 그만큼 이익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환율 절하(위안화 가치 인상) 압력이 더 커지고 중·미 관계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WSJ는 “중국은 위안화의 변동폭을 상당히 넓히는 등 유연성 있는 외환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 위기,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로존 위기를 모두 지켜봤다. ‘외환시장 개방=화폐 전쟁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더욱 굳어졌다. 시진핑도 빠른 시간 내에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외환시장의 줄다리기 싸움이 언제든지 확전될 수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