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연비도 과장한 현대·기아차
입력 2012-11-09 18:13
국내에 출시된 일부 현대·기아차의 공인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9개 차종에 대한 연비 검증 결과 5개 차량의 측정연비가 공인연비보다 낮게 나타났다. 인기 차종인 싼타페의 경우 오차율이 마이너스 4.38%로 조사 대상 차량 가운데 가장 컸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도 자동차 연비를 과장해 8435억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당한 상태라 회사의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 시장은 소비자 권익이나 안전을 침해하는 제조회사의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 앞서 제기된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빚어진 비극이다.
싸구려라는 비판을 들었던 현대·기아차가 꾸준히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설문조사를 하면 자동차 업체가 제시한 연비보다 실제 연료가 더 소모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에 공개된 공인연비 조사에서 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국내 공인연비 인증 절차는 신고제라 공단이 업체가 신고한 방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해 사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업체가 신고한 연비와 공단의 실제 측정치가 차이 나도 5%까지는 오차를 허용해주고 있다. 설사 5% 이상의 차이가 나도 몇 차례 기회를 더 주고 있으며 최종 측정치가 오차범위를 넘을 경우에만 연비 표시를 정정하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국에서의 대규모 집단소송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수출에 목을 건 우리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와 관계 당국은 차량 연비 측정 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연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기 바란다. 아울러 조사 대상 차량과 처벌 수위를 높여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