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미국 어디로-(3) 대외정책 변화있을까] 이란 核 최대 골칫거리… 亞중시 전략 본격 행보

입력 2012-11-09 20:37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4년간 국제관계에서도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다. 수전 맬로니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년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운명의(make-or-break)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 개발 저지 최대 과제=전례 없는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이란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부 압력을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이란 정부의 논리로 역이용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란의 핵 개발을 두려워하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통제해야 하는 것도 미국의 골칫거리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수개월 내 이란과 직접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1대 1 협상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막기 위한 최후의 외교적 노력이 될 공산이 크다. 크게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오바마의 도전이다. 민주화 시위로 독재 정권이 붕괴한 이집트와 튀니지, 리비아에서는 현재 이슬람주의자들이 정치권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반미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과거 독재정권의 대미 정책과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 독재정권이 축출되면 최소한 여성의 인권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무질서와 혼란이 두드러지면서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민주화 이행 과정에 있는 아랍 국가를 상대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인 첫 미얀마 방문 주목=지난해 천명한 ‘아시아 중시’ 전략에 살을 입히는 것도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숙제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시아를 선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17~20일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국에 치우쳤던 미얀마를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 상대로 삼은 것이다. 미얀마 역시 최근 서방세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상태다.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다.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정도는 아니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급신장하는 중국의 국력을 감안한 새로운 미·중 관계를 구축하는 ‘업적’을 남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중국과 충돌을 피하면서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지 위해서는 매우 능숙하면서도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중국의 반발을 불러 이 지역의 긴장만 더욱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중시 전략은 민주당이 이미 발표한 국방예산 감축 계획에 대한 논란을 더 가열시킬 수 있다.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시아 중시 전략은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물론 리언 패네타 현 국방장관도 국방예산의 대폭 삭감은 미 전력의 공동화를 초래해 아시아 중시 전략 수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미국은 내년 550억 달러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5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