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세상] e편한 세상 불편한 그림자
입력 2012-11-09 17:36
기업 스마트워크 어디까지
중견기업 부장인 김모(51)씨는 요즘 회의시간이 영 불편하다. 스마트워크의 하나로 회의시간에 서류 대신 태블릿PC를 쓰고 있지만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는 종이 문서를 봐야 손에 일이 잡힌다. 김씨는 “임원이 참여하는 회의에는 어쩔 수 없지만 부원들과 회의를 할 때에는 꼭 종이에 내용을 적는다”며 “스마트워크가 도입됐더라도 손에 쥐어진 것만 달라졌을 뿐 하는 일은 똑같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대가 열렸지만 일상은 여전히 스마트해지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워크가 도입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 근로자의 삶은 그대로다. 스마트폰에 중독돼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스마트로 편해진 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9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스마트워크를 도입했거나 의향이 있는 기업은 4만514곳(누적 수치)으로 2010년 3만7628곳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만514곳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대비 비율로는 1.2%에 불과한 수치다.
되레 대다수 기업은 스마트워크 도입을 꺼렸다.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생각이 없는 기업(325만5000여곳)의 99.2%는 ‘사업체의 업무 특성이 원격근무에 적합하지 않아서’를 이유로 꼽았다. 스마트워크가 업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효진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스마트워크는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스마트워크 도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근로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시간이다. OECD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면 가장 길다. 스마트워크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2·여)씨는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으니 이동하는 중에도 업무지시를 받는다”며 “예전에는 ‘인터넷이 안 된다’는 변명이라도 통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마트 부작용은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음란물 노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결과 67.4%가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시대의 부작용을 긍정적 방향으로 유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발달로 사회가 변화할 때 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