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김재철 해임안 논란
입력 2012-11-09 18:12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 청와대와 여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문진 이사인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양 위원은 “하금렬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방문진과 청와대, 새누리당의 의사를 조율하는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와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양 위원이 “증인도 있다”고 다시 반박하면서 이번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MBC는 1987년 방문진이 지분의 70%를 소유하는 공영방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야가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를 6대 3으로 나눠 추천하는 방식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과 편파방송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파업이 끝난 뒤에는 새누리당이 방문진 이사 추천권을 포기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하는 등 정치권의 자성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방문진 이사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양 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야에서 그동안 나왔던 각종 개선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김 본부장의 이름이 거론됨으로써 이 문제는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방송의 독립성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MBC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야는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에 휩쓸리게 되면 방송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 후에 MBC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지배구조 개선 및 사장 선임 방식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