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부부예찬

입력 2012-11-09 18:17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그려온 화가 이수동은 그림에세이 ‘토닥토닥 그림편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사랑하는 그녀와 마시는 커피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커피잔 바닥이 보이면 그녀가 일어설 것이기에 양동이만큼 크지 않은 커피잔을 타박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속으로만 되뇌는 자신을 속상해한다. 고대 가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아내는 미치광이 남편이 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며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이 기어코 물을 건너다 빠져죽으니 이제 가신 님을 어이하리”라며 뒤따라 죽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수십억분의 1 확률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후회하다가도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가사처럼 넥타이를 매어주고, 자식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면서 함께 늙어간다. 그리곤 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당선 연설에서 “20년 전 나와 결혼해준 그녀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이 자리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미셸, 당신을 진정 사랑하고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당신을 사랑하는 미국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부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패자인 밋 롬니도 “내 평생의 사랑인 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녀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훌륭한 퍼스트레이디가 됐을 것이고, 그녀는 연민과 보살핌으로 감동을 준 많은 사람들, 나와 내 가족에게 그 이상이었다”고 부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서울시가 그제 내놓은 ‘통계로 보는 서울시민 가족생활’을 보면 서울 부부 10쌍 중 1쌍은 직장과 자녀 학업 등 문제로 떨어져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 포털이 직장인 5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죽기 전 후회할 것 2위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결혼하면 부부가 더불어 살아 사망 확률은 독신보다 낮아지고 기대수명은 길어진다(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는데 오래 살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젖은 낙엽’처럼 딱 붙어 살자. 주말이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커피 한잔 하면서 오바마처럼, 롬니처럼 닭살 고백을 해보면 어떨까.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