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나는 쌈닭입니다”

입력 2012-11-09 17:49


무엇인가 극적으로 변화되는 순간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액체인 물이 0℃에서 고체인 얼음으로, 100℃에서 기체인 수증기로 극적으로 변하는데 여전히 분자구조는 H₂O이다. 이러한 질적 변화의 순간이 티핑 포인트에 해당하는데, 빙점, 비등점, 발화점이다. 기업 번영과 가정 행복에도 이런 극적인 티핑 포인트가 있다.

기업 번영의 티핑 포인트를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 바버라 프레드릭슨이다. 바버라 연구팀은 60개 기업을 방문해서 회사원들이 업무회의에서 주고받는 단어를 모두 녹취하여 분석했다.

그중 20개는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다른 20개는 겨우 현상 유지하고, 또 다른 20개는 쇠퇴하고 있었다. 이 연구의 핵심은 60개 기업의 회사원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긍정성’ 대 ‘부정성’의 비율을 찾는 것이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3:1보다 높은 기업은 번창 중이었고, 그보다 낮은 기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이 수학적 연구를 직접 시도한 마르셀 로사다의 이름을 따서 3:1 비율을 ‘로사다 비율(Losada ratio)’이라고 부른다.

바버라 교수가 로사다 비율을 설명하던 대학원 강의실에서 “잠깐만요”라고 한 학생이 차분한 억양으로 반박했다. 직업이 변호사인 데이브 새런이라는 대학원생이었다.

“저희 변호사들은 온종일 싸웁니다. 장담하건대 저희의 비율은 훨씬 더 부정적일 겁니다. 아마 1:3 정도로요. 소송이 원래 그렇지요. 교수님 말씀은 저희가 온종일 반드시 상냥한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바버라 교수는 “부정적인 로사다 비율은 유능한 변호사를 양산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개인적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는 우울증, 자살, 이혼율이 가장 높은 직업입니다. 변호사 분들이 가정에서도 그 비율을 유지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가정 행복의 티핑 포인트를 연구한 워싱턴 주립대학교 교수 존 가트맨 비율을 소개한다.

가트맨 교수는 시애틀의 사랑연구실(Love Lab)에서 35년 가까이 3000쌍 이상의 부부대화를 연구하고서 “이제 부부대화를 3분만 지켜보면 이혼 여부를 94%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혼하는 부부의 여섯 가지 신호와 네 가지 위험 요소를 그리고 행복한 부부의 네 가지 요소를 발표한 바 있다.

“부부가 다정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5:1 비율이 필요합니다. 배우자에게 부정적인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긍정적인 말을 다섯 마디는 해야지요. 부부 사이에서 변호사의 습관적인 1:3 비율은 그야말로 재앙이에요.” 바버라 교수가 이어서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가정 행복의 5:1 비율을 가트맨 비율이라고 한다.

어느 날 내게 “나는 쌈닭입니다”라고 말하던 한 유능한 변호사가 생각난다.

“우리 변호사들은 스스로를 쌈닭이라고 부릅니다. 더 유능한 쌈닭이 못되어 안달입니다. 유능한 쌈닭은 법정에서는 훌륭한데, 문제는 퇴근하고 친구 모임이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무심코 쌈닭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저도 이혼했지만… 불행한 변호사 부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번영하는 기업이 되기 위하여 3:1 ‘로사다 비율’로 충분하지만,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5:1 ‘가트맨 비율’이 필요하다. 기업과 가정의 티핑 포인트는 이처럼 다른 것이다.

“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보다 낫다.”(잠 17:1)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