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구순할머니 강남아파트 기부… 어린이후원하던 양애자 할머니

입력 2012-11-08 19:54


“어머님 뜻에 따라 어머니가 구입하신 아파트를 기부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무실에 정인숙(54·여)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씨는 전화통화에서 “구순을 앞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재산을 기부하고 싶어 하는데 아파트를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기부 주인공은 양애자(89) 할머니로 1993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정기후원자로 활동하면서 매달 20만∼30만원을 기부해왔다.

양 할머니는 지난 2000년 ‘죽기 전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품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함께 사는 막내딸 정씨 외에 다른 자녀들에게는 아파트 구입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는 115㎡(35평) 크기로 현재 시세는 7억∼8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금을 제외해도 4억원에 이른다.

재단 측은 양 할머니가 2010년 3월 사고로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병상에서 생활하면서 치매증상까지 나타나자 얼마 전부터 정씨가 후원금을 대신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할머니는 현재 병원에서 퇴원해 정씨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정씨는 치매로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하는 노모를 보면서 “하나님의 축복으로 풍족하게 살았으니 다른 이웃과 나눠야 한다. 이 아파트는 기부할 것”이라던 양 할머니의 평소 얘기를 떠올렸고 꿈을 이뤄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양 할머니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 대전의 한 신학대학교에도 건물을 기부한 적이 있다.

정씨는 “어머니께서는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나눔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측은 양 할머니의 뜻대로 국내외 아동의 배움을 지원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어린이재단은 12월 중 거동이 불편한 양 할머니를 찾아 감사패를 전달하고 음악 공연을 할 예정이다. 공연에는 어린이재단의 문화예술 배움 지원을 받는 아동들이 함께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