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김동유의 좌절과 도전… 에세이 ‘그림꽃, 눈물밥’ 나와

입력 2012-11-08 21:27

팝아티스트 김동유(47)라는 사람은 몰라도 이 그림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중국의 정치인 마오쩌둥(毛澤東)의 거대한 얼굴이 무수한 점 같은 미국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 얼굴로 모자이크된 유화 그림 말이다. 서양화가 김동유의 ‘메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라는 이 팝아트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여만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현존 한국 작가로는 최고가다.

지방의 이름 없는 화가에서 일약 한국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은 김 작가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을 그린 에세이 ‘그림꽃, 눈물밥’(도서출판 비채)이 나왔다. 8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여느 일처럼 미술도 보상이 제때 주어지지 않습니다. 화가의 길을 걸을 때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요.”

대전 목원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무명화가로 지내던 그는 한때 택시기사로의 전업을 생각할 만큼 생계가 어려웠다. 급기야 온 가족이 충남 논산으로 내려가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살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화가의 길을 반대한 아버지와 의절까지 하면서 선택한 예술가의 길은 그렇게 힘들었다.

기회는 왔다. 그의 그림이 갖는 독특한 매력을 눈여겨본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 관장이 홍콩 크리스티 데뷔 기회를 준 것이다. 홍콩 크리스티는 아시아 최대 미술 경매시장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통로다. 목원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실력과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 지방대인들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말한다.

‘메릴린 먼로 vs 존 F 케네디’ 등 왕년 스타들의 초상을 담은 그의 작품은 큰 얼굴에 들어가는 작은 얼굴의 개수가 무려 1000개가 넘는다. 한 점 완성하는데 짧으면 한 달이 걸린다고 귀띔했다. 에세이집에는 무명 시절 작품에서부터 그를 크리스티 경매장의 스타로 만든 화제작에 이르기까지 130여점에 이르는 작품 이미지를 수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