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치적용 시설은 ‘세금 먹는 하마’
입력 2012-11-08 19:39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체험관과 체육·관광시설 등을 무분별하게 건립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단체장의 ‘치적 쌓기’를 위해 세워지지만 해마다 관리비로 거액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0년 이후 예산 10억원 이상을 들여 세운 전남도내 15곳의 각종 기념관 가운데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명이 되지 않는 곳은 10곳에 가까운 실정이다.
8일 전남지역 지자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청소년들에게 갯벌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생태체험 학습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연 무안군 해제면 생태갯벌센터의 경우 중요 체험시설인 ‘염전 체험관’의 문을 열자마자 폐쇄했다. 인근에 실제 염전이 있어 염전시설을 흉내 낸 체험관을 찾는 관광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비 127억원 등 2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인 생태갯벌센터는 반쪽짜리 해양전시 시설로 전락했다. 생태갯벌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 전체면적 3277㎡의 전시시설과 4만8100㎡ 면적의 생태공원으로 꾸며졌다.
2010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입구에 문을 연 두륜산축구장 역시 단체장의 과욕이 빚은 대표적 체육시설로서 관리비만 꼬박꼬박 지출하고 있다. 이 축구장은 양쪽 골대와 중앙선 부근의 해발이 국제규격 19㎝보다 3배 이상인 60㎝나 차이가 난다. 이 기형적 구조로 그동안 공식 축구경기를 한번도 치르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 밖에 160억원이 투자된 해남 ‘황토나라 테마촌’의 경우 지난해 완공됐으나 민간 위탁자를 찾지 못해 우여곡절 끝에 군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운영으로 올 들어 적자만 쌓이고 있다. 객실 16실을 갖춘 테마촌은 지난 8월 여름 휴가철에 반짝 특수를 누렸으나 이후 예약률이 30∼4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국비를 끌어와 짓는 각종 기념관도 내방객들이 드물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2007년 50억원을 들여 건립한 목포문학관의 경우 하루 관람객이 평균 3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목포시는 해마다 2억5000만원의 관리·유지비를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사후 활용이나 수익성은 따지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시설이 줄지 않고 있다”며 “무계획한 공공시설물을 유지하기 위한 혈세 지출이 갈수록 늘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무안=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