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 미국 어디로-(2) 다가온 재정절벽 어떻게] 재정지출 줄고 세금은 증가… ‘대책 마련’ 긴박감
입력 2012-11-08 19:25
대선 고지를 가까스로 넘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심연을 드러낸 ‘재정절벽(Fiscal Cliff)’과 맞닥뜨렸다.
재정절벽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 행정부와 의회(하원)의 합의가 없을 경우 2008년 이후 시행돼 온 각종 경기부양책의 종료(2012년 12월 31일)와 예산통제법에 따른 자동재정적자감축 실행(2013년 1월 2일)으로 내년 1월부터 급격하게 정부 지출이 줄고 가계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추산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13년에만 재정절벽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와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규모가 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명목 국민총소득의 4∼5%에 해당된다. 연방준비제도(Fed), 의회예산국(CBO) 등 미국 기관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금융기구도 이러한 엄청난 지출이 갑자기 중단되면 본격 회생 기미를 보이는 미 경제가 다시 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해 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확정짓자마자 7일(현지시간) 미국이 적절한 방법으로 재정절벽을 피하고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내년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또 미 정부가 내년에 재정 적자 감축에 실패해도 등급 강등이 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당 지도자들도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산 심의·결정권을 가진 하원의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의장은 이날 재정절벽을 회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현지 언론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예상한 대로 오바마가 주장해 온 방안과 차이가 크다. 베이너 의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의 세율 인하 조치 만료와 관련, 모두에게 세율 인하조치 연장을 적용하되 각종 세금우대 조치와 사회보장 중복 지출 등을 줄여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세율 인하조치를 연장하되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부유층은 세율을 높여야만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예산에 대한 입장도 첨예하게 갈린다. 민주당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이 끝났거나 끝나가는 만큼 국방예산도 일정 부분 칼질을 해야 한다는 데 비해 공화당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13일 의회가 개회한 뒤 연말까지 논의를 통해 임시방편으로 일정기간 세제감면을 연장하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그리고 세제와 정부지출 감축에 대한 골격을 새로 세우는 ‘대타협(grand bargain)’은 내년 상반기에 성사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재선 뒤 6개월 안에 대타협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낙선된 의원이 많은 ‘레임덕(권력누수) 회기’에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 외교협회(CFR)의 로버트 칸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낙관론은 양당의 현격한 입장 차와 레임덕 회기의 어수선함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티브 만 박사도 “결국에는 양당 합의가 이뤄지겠지만 공화당이 새로운 절충안에 타협하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나마 재정절벽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