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대회 개막] 정치개혁·부패추방 강조했지만…
입력 2012-11-09 00:33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8일 공산당 18차 당대회(18대) 업무보고에서 지난 10년 통치 과정의 문제점을 시인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업무 미비나 잘못을 시인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후진타오는 “경제 총량이 세계 6위에서 2위로 올랐고 종합 국력, 국제 영향력 등에서 국가의 면모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자평하면서도 “과거 10년 동안 업무 내용에는 미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 격차, 소득분배 격차, 간부 당원의 부패현상, 사치와 낭비 문제 등을 꼽으면서 “당 간부 등의 도덕 실추와 불성실 문제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이는 성과와 함께 미비점도 시인함으로써 10년 공과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자하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업무보고는 △중국특색사회주의 건설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 △정치체제 개혁 △부패 추방 △국방 외교 정책 등에 집중됐다.
◇“서방정치 모델 절대 답습 말라”=후진타오는 정치체제 개혁에 대해 “적극적이고 온당하게 추진해 건전한 인민민주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서방 정치제도 모델을 절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차액 선거(정원보다 많은 후보를 내세워 최소득표 순으로 일부 후보를 탈락시키는 제도)를 확대하는 등 당내 민주화를 실시하더라도 더 적극적인 민주제도 도입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법치국가 건설을 강조했지만 “당의 주장이 국가의 의지로 되게 하려면 정부, 법원, 검찰원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법권이 당의 의지대로 행사돼야 한다는 뜻으로 진정한 법치 제도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흐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무보고는 특히 “부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당에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고 심지어 당과 나라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누구든 당 기율과 국법을 어기면 가차없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사법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당이 부패를 내부적으로만 처리하려고 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오쩌둥 사상’ 당장에 유지된다=후진타오는 업무보고에서 “중국특색사회주의는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적 발전관을 포함한 과학적 이론체계로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하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18대를 앞두고 신화통신 등이 당 지도사상을 거론하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빼고 보도, 이들 사상이 당장 개정 과정에서 삭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에 따라 마오쩌둥 사상은 당장에 계속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는 또 경제성장만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사회 발전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추자는 게 ‘과학적 발전관’의 핵심 이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8대에서 과학적 발전관이 당장의 지도사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