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수술’ 법정으로… 환자 유족 “송명근 교수 고소”

입력 2012-11-08 21:35

심장질환을 앓던 길모(70)씨는 지난 9월 19일 건국대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로부터 심장 성형술을 받았다. 치료제 ‘와파린’ 때문에 얇아진 피부가 자주 터져 고통스러웠던 길씨는 “약을 끊을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후 순조롭게 회복하던 길씨는 3일 후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해 수술 7일 만인 24일 숨을 거뒀다.

◇결국 법정으로=길씨 유족들은 8일 “수술합병증으로 돌아가신 뒤에야 아버지가 받은 수술이 그간 위험성 논란을 빚었던 카바수술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조만간 송 교수 등을 의료법 위반, 업무상과실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바수술을 둘러싼 의료계의 해묵은 논쟁이 길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된 것이다.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은 송 교수가 개발한 심장 성형수술법이다. 2009년 정부가 나서서 ‘조건부 비급여’를 결정할 때까지 ‘혁신적 수술법’이라는 송 교수 측과 ‘위험한 수술’이라는 대한심장학회 등 의료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조건부 비급여란 보험에서는 제외하되 합법적인 수술로 인정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카바수술이냐, 아니냐=길씨 사망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두 가지다. 길씨는 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였는가. 그가 받은 수술은 카바수술이었나.

유족 측은 “병원 의무기록 상 카바수술에 사용되는 특수 링이 세 개나 쓰인 걸 확인했다”며 “전문가들도 이름만 다른 걸 붙였을 뿐 아버지가 받은 수술은 카바수술이 맞는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반면 건대병원 측은 길씨가 받은 수술은 카바수술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대동맥 판막성형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카바수술인지 여부가 논란거리인 것은 조건부 비급여의 만료가 임박하면서 카바수술이 의학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부정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3년 기한의 조건부 비급여는 지난 6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애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카바수술의 비급여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결론 없이 미뤄졌다. 길씨 사건은 그 사이 터진 것이다.

길씨의 중증도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유족들은 “수술 직전 협진 의사는 수술이 필요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밝혔다”며 “병원 측이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무리하게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대병원 측 관계자는 “길씨 수술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졌고 상세한 내용은 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