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유일한 희망” 폐암4기 수험생 퇴원해 응시… 수능 시험장 이모저모

입력 2012-11-08 22:00


몸이 아파도, 수험표가 불타도, 교통이 막혀도 수험생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던 김동희(18)군은 8일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지난 6일 퇴원했다. 병마도 수험생 김군의 투혼을 막지 못한 것이다. 김군은 경기도의 한 고교에 마련된 특별고사실에서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 2010년 4월 유잉육종이라는 희귀한 근육암에 걸린 뒤 잦은 전신마취로 기억력은 감퇴했고 항암치료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화상 수업을 들으며 학업을 계속했다. 김군은 강원도 한 대학 수시 1차에 합격해 이번 수능에서 한 과목만 최저학력 기준을 넘으면 최종 합격된다. 김군은 “줄곧 아프기만 하다 보니 오히려 절박한 꿈이 생겼다”며 “공부만이 제가 병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고, 또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44)는 “수능일 이틀 전까지 폐에 관을 꽂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지만 아이가 시험을 보려고 식사도 악착같이 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갑자기 급성맹장염에 걸린 김모(18)양도 수술을 미루고 시험을 봤다. 김양은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수술을 미루고 병실에서 응시했다.

수능이 치러진 전국 수험장 곳곳에서는 순찰차를 타고 들어오는 지각생이 속출했다. 오전 7시40분. 경찰 순찰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서울 온수동에서 인천 간석동 신명여고까지 내달렸다. 경찰은 서울 온수역 앞에서 수능 시간에 늦어 당혹스러워하는 반모(18)양을 발견했다. 반양을 태운 경찰은 확성기로 주변 차량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수험생 수송작전’을 벌여 35분 거리를 18분 만에 주파했다. 반양은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고로 가야 할 수험생이 해운대여고로 잘못 찾아갔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험을 치렀다. 광주와 부산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교통사고가 나면서 경찰이 수험생을 수송했다. 부산 사하구 일대엔 고사장 7곳이 몰려 있어 일대에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수험생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수험표가 불타 버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0시쯤 광주 산수동 김모(53·여)씨 집에서 불이 나 수능을 앞둔 김씨 딸의 신분증과 수험표를 태웠다. 경찰은 시교육청에 연락, 임시수험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수험표를 분실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시험을 무사히 마친 수험생도 있었다. 경찰은 오전 7시50분쯤 서울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주변에서 지갑과 수험표를 습득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받고 수험표에 나와 있는 고사장인 신도림고로 이동했다. 경찰은 신도림고 앞에서 수험표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박모(19)양을 발견하고 수험표를 전달했다. 박양은 입실 5분 전 수험표를 받을 수 있었다.

수능을 치르기 위해 이날 오전 베트남에서 귀국한 백모군은 비행기가 연착돼 시험을 못 볼 뻔했다. 백군은 인천공항에 대기하던 경찰 순찰차를 타고 서울 등촌동 시험장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