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식어가는데… 구조조정 시장만 뜨겁다
입력 2012-11-08 18:53
불황이 깊어질수록 뜨거워지는 구조조정 시장이 올 들어 사상 최대규모로 ‘폭풍 성장’ 중이다.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 연말까지 내놓을 부실채권(NPL)은 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기업 인수합병(M&A)의 ‘큰손’인 기업재무안정 관련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올해에만 1조원이 넘는 규모가 새로 설정됐다.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상장기업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8일 ‘배드뱅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에 따르면 연말까지 각 시중은행이 내놓을 NPL 물량이 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이 유암코에 매각하기 위해 입찰을 한 NPL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3조7941억원에 달했다.
유암코는 4분기(10∼12월)에는 3조1000억원 정도의 물량이 새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암코의 NPL 인수 실적은 2010년 3조6136억원, 지난해 5조7187억원이었다.
NPL은 금융회사가 기업·가계에 대출한 자금 가운데 원금·이자 상환이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채권을 뜻한다.
은행권 NPL 규모는 증가세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로 담보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NPL 비율은 총여신의 1.56%로 지난 6월 말(1.49%) 대비 0.07% 포인트 높아졌다.
NPL 비율이 오르면 은행의 지급능력이 악화된다. NPL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은행이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은 최대한 배드뱅크에 매각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의 NPL 비율을 연말까지 1.30%로 낮추도록 지도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4분기에 쏟아질 NPL이 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NPL 신규 증가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M&A에서도 확인된다. M&A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올 들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PEF는 매물 기업을 자신과 합병해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아 이익을 얻는 사모펀드다.
금감원에 등록된 기업재무안정 PEF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2개(설정액 2조3480억원)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로 등록한 PEF가 5개나 된다. 신규 등록 PEF의 설정액은 1조165억원으로 전체 기업재무안정 PEF 설정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밖에 구조조정 효과를 위해 합병하는 기업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장기간 이어질 경기침체에 미리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업과 기업을 합쳐 중복조직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상장기업의 합병결정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1건, 코스닥시장에서 42건 등 총 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5건)에 비해 51%나 증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