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이어 한화 코오롱 CJ도… 3·4세 경영 속도낸다

입력 2012-11-08 22:05


기업들의 3·4세 경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기업 오너 3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기업들도 속속 3·4세를 전면 배치하고 있다.

일찍 일선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 경영 능력을 키우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직 내부의 반발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이웅열(56) 회장의 장남 규호(28)씨가 지난 5일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 직급을 달고 출근했다. 코오롱 경영권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고 이원만 창업주에서 이동찬(90) 명예회장, 이 회장으로 이어져 왔다. 때문에 이번 입사는 규호씨의 4세 경영권 승계가 정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이 아직 50대로 젊기 때문에 일단 공장에서 바닥부터 실무를 익히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규호씨는 영국 소재 고등학교와 미국 코넬대를 각각 졸업한 뒤 지난해 말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제6포병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하이트진로도 올해 4월 박문덕(63) 회장 장남 태영(35)씨를 경영관리실장으로 임명하면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이남수(60) 총괄사장이 사퇴하고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로 강영재(48) 부사장이 선임되는 등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어서 태영씨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삼남매인 조현아(38)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 조원태(37)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조현민(29) 대한항공 상무의 경우도 올해 초 조현아 본부장과 조원태 본부장이 나란히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등 3세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29)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김 회장의 부재로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경우다. 동관씨의 경우 지난해 말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한화솔라원에 배치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계획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CJ그룹도 이재현(52) 회장의 외아들 선호(22)씨가 지난 7∼8월 CJ제일제당에서 각 부서를 돌며 직무체험을 하는 것으로 3세 경영 수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미국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선호씨는 방학 때마다 회사를 방문해 업무를 익힐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에서는 딸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매일유업 김정완(55) 회장의 딸 윤지(28)씨는 올해 하반기부터 매일유업 자회사인 유아용품업체 제로투세븐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임창욱(63) 대상그룹 회장의 차녀 상민(33)씨도 영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달 8일부터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 받아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경영 일선 배치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국제 감각을 익힌 만큼 글로벌 경영에 힘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선대가 이뤄놓은 업적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