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브라우니 文’ 말문 터졌다?
입력 2012-11-08 19:03
‘브라우니’가 18대 대선 판에 등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7일 서울여대 토크콘서트 무대에 브라우니란 이름의 강아지 인형을 끌고 나왔다. KBS 개그콘서트의 ‘정여사’ 코너에 나오는 이 인형은 당연히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 여사는 늘 뭔가 말을 걸고 브라우니는 어떤 말에도 묵묵부답이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저를 닮아 과묵하다”며 특유의 썰렁 유머를 던졌다.
사실 브라우니와 먼저 인연을 맺은 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다. 지난달 28일 충남선대위 출범식과 30일 정치혁신 대담장에서 잇따라 어린이에게 브라우니 인형을 선물 받았다. 그러자 기자들 사이에 브라우니는 문 후보 별명이 됐다. 하루 종일 그를 쫓아다니는 담당 기자들은 틈날 때마다 질문을 던진다. 시민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착한 남자’지만 기자들에게 문 후보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질문에 잘 대답하지 않고 무뚝뚝한 모습이 브라우니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브라우니 문(文)’을 두고 “부산 남자라 그렇다”부터 “친노(親盧·친노무현) DNA 때문”(그는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마다하지 않았던 참여정부 출신이다)이라는 추측까지 여러 해석이 있다. 그래도 가장 유력한 건 “정치판이 아직 낯설어서”란 설명이다. 출마선언 하던 날 예닐곱 개 방송과 똑같은 인터뷰를 되풀이하다 짜증을 낸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요즘은 기자들 질문에 툭툭 내뱉는 답변으로 보좌진을 놀라게 한다. “정치가 장난이냐”와 “아프다”가 그랬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법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다 말을 바꾸자 문 후보는 딱 한 마디 “정치가 장난이냐”고 했다. 송호창 의원이 안철수 캠프로 갔을 때도 “아프다” 한 마디였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가장 적절한 말”이라며 “메시지팀에서 준비한 게 아니었다. 캠프에선 ‘후보가 웬일이지’ 했다”고 전했다. 브라우니 문의 정치감각이 발휘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8일 민주당 지역위원장 회의에서도 한 마디 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큰 틀이 합의됐어도 구체적 협의 과정에서 암초를 넘지 못하면 단일화는 좌초한다는 뜻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