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기 오바마 정부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입력 2012-11-08 18:29

미국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지난 4년 동안 펼쳐 온 정책들은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1기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활성화 기조가 2기에서도 이어지리라는 기대 속에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지고 양적 완화정책 지속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재정절벽 극복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의회와의 협력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볼 때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절벽은 대규모 정부지출 감소와 세금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경제충격을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실제로 미국경제가 재정절벽에 내몰리게 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0.3%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재선에 성공한 만큼 더 이상의 선거 부담도 없어 초당적이고 중립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므로 하원의 여소야대(與小野大) 환경을 충분히 극복하고 야당인 공화당과 협력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일 터다.

다만 우리 경제에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 선거유세 과정에서 발표된 2기 오바마 정부의 정책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보호’였으며 이를 위한 여섯 가지 과제 중 첫 번째가 ‘제조업 부흥’이라는 점을 주목해봐야 한다. 즉 국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필연적으로 대(對) 한국 무역적자 해소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농업 및 서비스 분야의 개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2기 행정부는 무역단속부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자국 제품 보호와 더불어 타국 제품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한국의 주력 상품들을 둘러싼 통상마찰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개별 기업은 물론 통상 당국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 하락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저금리 기조와 양적 완화 조치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유동성의 급격한 유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외환거래세 등을 포함한 법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환율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 브랜드 혁신 등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