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단 가파도성결교회 새단장 “이젠 어떤 태풍·눈보라도 끄떡 없어요”

입력 2012-11-08 20:53


제주도 남단 외딴섬에 위치한 교회가 새 옷을 갈아입었다. 제주도 남단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5.5㎞ 떨어진 가파도성결교회에 붉은색 십자가가 든든하게 세워지면서 24시간 복음의 불을 밝히게 됐다.

“혼저옵서예(어서 오세요)!” 8일 가파도항에 도착하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박준식(51) 가파도성결교회 목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80명의 육지 손님을 맞았다.

해변에 위치한 교회는 거센 비바람 때문에 자주 십자가 탑이 넘어졌다. 25년 된 교회는 폭풍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벽에 빗물이 새고 나무 바닥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식을 접한 모(母)교회인 신길교회는 예배당 건축 중임에도 자(子)교회의 리모델링 공사를 전폭 지원했다. 2005년 북한 개성공단에 교회를 세운 신길교회는 남북한 모두에 교회를 세우고 지원하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붉은색 아스팔트길을 따라 1㎞를 걷다보니 교회가 나왔다. 저 멀리 배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해변에 위치한 교회는 1987년 2월 신길교회가 주민들로부터 “교회를 세우면 모두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건축했다. 그동안 5명의 목회자가 거쳐 갔으며, 2008년부터 박 목사가 담임하고 있다.

감사예배에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박현모 목사는 “가파도교회가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는 교회, 흑암의 권세를 물리치고 진리를 사수하는 교회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신웅(서울 신길교회) 목사도 “교회가 가는 곳마다 지역에 은혜가 넘치고 축복이 따라가게 돼 있다”면서 “한 사람의 영혼사랑 정신으로 시작된 이 교회가 가파도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규 이재완 전 총회장과 김충룡 전 장로부총회장, 노승숙 전 국민일보 회장 등 육지 손님들은 성경과 떡을 나눠주며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150여명이 거주하는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한다. 90여명이 해녀로 일하고 40명이 배를 탄다. 20여명은 보리농사를 짓는다. 가파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명밖에 안 되는 데다 중학교가 없어 인구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올레길이 유명해지고 ‘저탄소 녹색성장’이 강조되면서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1년에 10만명을 돌파했다.

가파도 이장 진명식(52)씨는 “아름답게 꾸며놓은 교회는 이제 지역의 명물 탐방코스가 됐다”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힘써주시는 목사님께 주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식 목사는 “대한민국 최남단 교회를 책임지는 복음의 파수꾼으로 앞으로도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끝까지 한 영혼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가파도성결교회를 지원한 신길교회는 지난 27년간 네팔과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과테말라 등지에 155개 교회를 개척한 바 있다. 교회는 13개국에 15명의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현지교회에서 5만5000여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파도(제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