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종록] 혼돈의 결말
입력 2012-11-08 18:40
마야달력을 비롯한 많은 예언들이 2012년을 지구 종말의 해라고 지칭했다고 하고, 미확인물체(UFO)의 빈번한 출현과 기상재해, 세계적인 경제위기,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의 권력 교체는 물론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지구촌은 물론 국내 정치, 경제상황도 이른바 혼돈의 와중에서 시계 제로에 가깝다.
기존의 혼돈(chaos) 이론은 한없이 무질서하고 불규칙해 보이는 현상도 그 속에는 나름대로 어떤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어 결국 정리 정돈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속출하면서 무질서, 불안정, 복잡성 등이 혼재하고 얽히고설켜, 종국에는 질서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장래의 예측조차도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학적 데이터의 정밀도에 의한 예측과 인간의 상식을 토대로 한 청사진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작은 오차나 초기조건 또는 외부변수가 끝내 더 큰 혼돈과 편차를 불러와 개인 또는 국가, 사회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건 차치하고 우리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가히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라 할 만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과 지도층의 이합집산과 각 정파간의 합종연횡이 연일 화제에 올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나라의 최고 권력층과 정부만이라도 중심을 잡고 있으면 그나마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텐데 최고 권력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재벌들의 탐욕과 공무원의 부정도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은 믿고 의지할 데가 없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무질서와 혼돈 못지않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정체(停滯, stagnation)다. 발전도 퇴보도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야만 하는 정체는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끝내 의욕을 상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너무도 힘들어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정권말의 무기력한 정부와 지도층의 부정부패, 대선후보들의 혼전은 국민정서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새로운 변화를 바라고 있지만 그 변화가 질서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국민은 더욱 답답한 것이다. 변화를 희망하여 진보적 인사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 이들의 행태는 기성정치인을 뺨칠 정도의 술수와 노골적인 탐욕을 드러내어 우리를 실망시켰다. 우리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기존의 질서와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보수적 행태도 배격해야 하지만 진보의 탈을 쓰고 국민의 마음만 빼앗으려는 일부 집단의 편향적 행태도 배척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물론 모든 사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특히 사람은 제자리에서 본분에 충실할 때 더욱 빛이 난다. 국민의 눈에는 제자리에서도 본분을 제대로 못하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거나 권력 주변에라도 끼어보겠다고 동분서주하는 아름답지 못한 그림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속된 말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또 아무나 해서는 아니 되는 영역이 분명함에도 이 나라에서는 아무나 다 정치 지도자가 되어보겠다고 덤비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극언하면 그 어떤 소명의식도 없이 오로지 권력과 부라는 양날의 검을 좇아 허둥대다가 대부분 제 칼에 찔리는 허망한 말로를 맞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야말로 공해다.
우리 모두 좀더 차분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면서 이 혼돈의 시대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이 혼돈이 제발 이 해를 넘기기 전에 제대로 정돈되어 새해에는 질서가 살아있는 가운데 모두가 제자리에서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박종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