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이후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12-11-08 18:28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올해는 66만8000여명이 원서를 내 60만명 이상이 응시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수험생, 이들을 보살피며 뒷바라지했던 학부모, 친자식처럼 학생들을 지도했던 교사 등의 수고가 적지 않았다. 물론 수험생들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고, 이를 배울 대학을 선택해 진학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도 일단 고비는 넘긴 셈이다.
수능은 청소년기에 한 번은 넘어야 하는 큰 산이다. 그렇다고 수능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밑그림을 그려놓은 학생들, 아직 자신의 길을 정확히 찾지 못한 학생들 모두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수능이 끝난 지금부터 신학기가 시작될 때까지의 3∼4개월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은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도 차분히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해방감에 젖어 일탈하거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리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찾아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학부모 역시 자녀들과 함께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등 세심하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진학지도에도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오래된 영화를 틀어놓고 시간만 보내는 수업을 되풀이하는 것은 교육자의 본분에서 벗어난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와 함께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은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의 탈선이 더 심각하다. 하지만 내신, 출결, 봉사점수 등이 확정됐고 기말고사도 끝나 학교에 가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교육당국이 초6, 중3, 고3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지만 각급 학교에서는 정착되지 않고 겉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청소년들이 헛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