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난 지금 공주 구해내는 놀이 중 옷장에 동생 가둔 게 아니에요

입력 2012-11-08 17:30


우진이의 일기/글·그림 조수진/파란자전거

“우진아! 동생 당장 꺼내줘!”

매일 전쟁을 치르듯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라면 이 그림에 공감이 갈 것이다. ‘우진이의 일기’ 속 이 장면에서 동생을 꼬마 괴물이라며 옷장 속에 가둔 우진이. 하지만 지금 우진이는 괴물을 물리치고 성안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데 성공해 신이 나 있을 뿐(삽화). 강아지를 못 살게 굴 때는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으로 썰매를 타는 중이고, 수족관 속을 헤집을 땐 열대어를 구해 넓은 세상에 보내주고 있는 중인 것이다.

집안을 뒤죽박죽 만드는 말썽꾸러기 행동은 우진이가 그린 그림일기를 통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이 드러난다. 낙서 한 듯한 서툰 그림과 삐뚤삐뚤 글씨가 우진이의 개구쟁이 면모를 더욱 살려준다. 그림책은 뒤로 갈수록 상상력을 발휘한다. 온갖 상상 놀이를 하면서 장난감과 애완동물을 괴롭혀온 우진이가 이들의 공격을 받고, 또 병정인형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작가는 “요즘 어린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놀지 못하고 얌전하기만을 강요받는 것 같아 상상 속 세상에서만이라도 거침없이 놀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말한다. 글의 내용과 그림의 형식이 찰떡궁합을 이룬 그림책. 5∼6세 대상.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