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치약은 어떻게 세계인 필수품 됐을까… ‘습관의 힘’

입력 2012-11-08 17:30


습관의 힘/찰스 두히그/갤리온

당신에게 매일 오후만 되면 초콜릿 칩 쿠키를 사먹는 습관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칼로리 덩어리 쿠키 탓에 얼마 안가 4㎏ 정도 살이 찔 것이다. 이 나쁜 습관을 끊으려고 당신은 하루에 몇 번씩 다짐한다. ‘쿠키는 이제 그만!’ 포스트잇을 모니터 앞에 붙여 놓기도 한다. 하지만 쿠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 일은 사실 책의 저자 찰스 두히그의 버릇이었다. 책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두히그는 매일 오후 쿠키를 사먹는 습관을 끊기가 정말 힘들었다. 습관의 힘은 왜 이리 강한 거야? 습관을 바꿀 비밀 병기는 없을까?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인 두히그는 사소한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직업 정신을 발휘해 탐사에 들어갔다. 수백 편 연구논문과 기업 비공개 자료를 뒤적이고, 과학자와 경영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해서 밝혀낸 습관의 힘은 놀라웠다. 개인의 삶을 넘어 조직, 기업, 사회에까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습관이었다.

습관의 힘을 접목한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인의 필수품 치약은 1900년대 초만 해도 미국인 7% 정도만 사용했다. 이를 닦는 사람이 거의 없어 미군 병사들의 치아 건강은 전투력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정도로 나빴다. 당시 ‘펩소던트 치약’ 광고 의뢰를 받았던 미국의 전설적 광고인 클로드 홉킨스. 그는 펩소던트로 이를 닦으면 치태를 제거해 반짝반짝 하얀 이를 가질 수 있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는 대성공을 거뒀다. 펩소던트는 이후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약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펩소던트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이게 아니다. 이를 닦을 때 거품을 생기게 하고 닦은 후 알싸한 느낌이 나도록 사용한 첨가물이 이 닦는 습관을 만들어준 게 진짜 비밀이었다.

다국적 소매용품 업체인 P&G 최악의 실패작 페브리즈가 효자 상품이 된 것도 습관을 활용한 데 있다. 여성들이 청소나 빨래 후 향기(보상)를 원한다는 사실을 여론 조사로 발견한 마케팅팀이 악취 제거 기능보다 향기 나는 상품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함으로써 극적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벅스는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무렵, ‘꺼져!’라고 말하는 손님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자제력을 습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것이 세계 최대 커피체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습관의 힘을 활용하면 이렇듯 대박 상품이 탄생하고, 기업의 미래도 장밋빛이 될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 이런 일상적 행위들이 실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습관인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습관은 힘이 세지만 메커니즘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신호가 있다. 어떤 장소, 시간 등에 특정 행동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두히그의 경우 쿠키의 유혹은 항상 오후 3시에서 3시30분 사이에 왔다. 그 다음 단계에선 반복되는 행동이 나타난다. 매일 3시30분쯤 쿠키가 먹고 싶어 회사 건물 14층 카페로 가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보상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데는 보상이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된다. 그래서 그 보상이 뭔지 알아내는 게 핵심이지만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두히그의 경우 그의 습관은 쿠키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는 그저 카페에 가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이다.

쿠키 먹는 습관이 주는 보상이 뭔지 알아낸 두히그는 마침내 그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보상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즉 3시 반쯤 일어나 사무실을 둘러보고 친구가 보이면 그곳으로 가서 10분 동안 수다를 떨다가 돌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습관이 무서운 건 이런 개인적 차원을 넘어 기업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어서다. 저자는 영국 지하철 공사, 미국 최고의 종합병원 같은 조직들이 나쁜 습관을 방치해 얼마나 큰 재앙을 겪었는지도 보여준다. 습관의 힘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제시하기에 이 책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주헌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