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늑대의 삶·놀이, 철학자가 함께하다

입력 2012-11-08 17:29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추수밭·1만5000원)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과 어울렸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철학교수인 저자는 27세 때부터 늑대와 살았다. 허구한 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총각 시절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구멍 하나를 발견하고 반려견을 찾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기도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96% 새끼 늑대 판매’라는 광고를 보고 속는 셈 치고 구입했는데 96%가 아닌 100% 늑대. 그런데 이 새끼 늑대를 일반 개처럼 키우면서 철학자의 세계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늑대 ‘브레닌’은 줄을 묶지 않고도 무슨 인격체처럼 철학자와 나란히 걷기 시작한 것. 그날부터 마치 ‘늑대 형제’처럼 어느 곳에든 동행했다. 브레닌은 강의실에서 특유의 컬러로 울부짖었고, 파티장에선 여심을 사로잡았으며, 꼭 잡아야 하는 먹이 앞에선 장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 지구력을 보였다.

철학자는 이 늑대를 말라뮤트종 개라고 속이고 사람 속에서 길렀다. 1990년대 말 미국은 끝없는 늑대 남획으로 야생 늑대가 씨가 말라가는 상황이었다. 철학자는 동물행동학자처럼 이 늑대의 훈련, 식단, 사냥, 놀이, 산책 등을 기록해 인간의 실존·생존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다.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