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고령화·고부채… 자영업자 3高에 운다

입력 2012-11-07 21:29

경기 침체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맞물려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고밀도화, 고령화, 고부채의 ‘3고(高) 현상’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자영업의 3고 현상과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자영업자의 ‘3고 현상’으로 인해 자영업자 간 경쟁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사업부진과 폐업위기가 가중돼 결국 자영업자들의 만성적 생활불안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9월 말 현재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를 모두 합하면 714만1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무려 20만1000명이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자영업 종사자 대부분이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에서 이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고,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5배를 웃돈다.

자영업자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2000년에는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45세(17.0%)였지만 2011년에는 51∼55세(16.7%)로 높아졌다. 자영업자의 평균 연령도 지난해 51세에서 올해 51.3세로 상승해 임금 근로자(41.2세)와 10살 이상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또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상용직 근로자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10년 145.1%에서 2011년 159.2%로 상승한 반면 상용직 근로자는 2010년 82%에서 2011년 78.9%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3고 현상’을 완화시킬 방법으로 보고서는 자영업종의 다변화 지원, 장년층의 자영업 진입 조절, ‘자영업 금융닥터제’ 등을 제안했다. 즉 고밀도화를 타개하기 위해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낮은 지식서비스업을 육성해 자영업 지형도를 재편하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끼리 협동조합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 대책으로 장년층의 재취업 경로를 다양화하고 사회안전망을 보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고부채를 벗어나기 위해 기존의 서민금융 활성화는 물론 창업자금 조달부터 자금운용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자영업 금융닥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3고 현상’이 자영업자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진단과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