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추위에 갈 곳 없어…” 노숙인들 대학 캠퍼스까지 진출
입력 2012-11-07 19:03
서울 광운대에 다니는 이모(23·여)씨는 지난 4일 학교 도서관 화장실에서 노숙인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노숙인은 악취를 풍기며 화장실에 설치된 핸드 드라이기로 손을 녹이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이씨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 더 이상 공부를 하지 못하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이씨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다 보니 노숙인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캠퍼스 안까지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 자유게시판에는 학교 안에서 노숙인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학생은 “수업을 마치고 건물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자고 있는 노숙인을 봤다”며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학교에 노숙인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다른 학생은 “최근 학생회관 화장실에서 노숙인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기온이 떨어지자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 대학에까지 들어가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대부분 24시간 개방되는 데다 외부인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시설도 깨끗해 노숙인들이 쉽게 드나드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주민들이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캠퍼스를 자주 찾는 상황에서 외부인 출입 통제를 강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대부분 대학은 도서관 등 주요 건물에 학생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건물마다 경비원을 배치한 것 외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는 조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최근 초등학교나 정부청사 건물에 외부인이 쉽게 들어가 문제가 됐었는데 대학은 사실상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주민들이 산책하러 캠퍼스에 자주 들르는데 이런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외부인 출입통제 문제는 모든 대학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