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3을 어이할꼬… 기말고사 끝나니 고삐 풀려

입력 2012-11-07 19:02

高入 앞두고 교과과정 마감… 빈가방 메고 등교

충북 시골 중학교 3학년 조모(15)양과 또래 친구 3명은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쯤 문구점에 들어가 현금 55만원과 상품권 등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기말고사 이후 수업을 하지 않아 등교조차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4명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 등은 전과가 없었고 훔친 돈으로 피자를 사먹고 머리 염색을 했다”며 “학교에서도 별 문제 없던 아이들이 별 생각 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전과자가 될 처지”라고 안타까워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중간고사를 끝으로 내신과 출결, 봉사점수 등이 모두 결정된 데다 기말고사도 앞당겨 치른 상황이어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사춘기 절정에 있는 중3 학생들의 탈선과 비행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청소년 절도 사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 A중학교 3학년 박모(15)군은 지난주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박군은 7일 “이번주부터 빈 가방만 들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선생님들도 그냥 쉬라고 하거나 수업 듣기 싫으면 나가 있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군의 학교는 이번주에만 두 차례 중3 학급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했다. B중학교 전모(15)양도 “중학교 마지막 시험을 끝내놓고 보니 놀고만 싶어진다”며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보라고 한다. 그냥 졸업식만 참석하려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의 중3 학생은 64만명이 넘는다.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3, 고3 학생들이 기말고사 이후 진학할 때까지 학업 이탈을 막기 위해 이른바 ‘633징검다리(전환기) 운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과학관, 박물관 견학이나 농촌 체험활동을 통해 학업 공백기를 채워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선 학교는 겨울방학 때까지 무작정 놀게 해서는 안 된다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어 프로그램이 겉돌고 있다. 상당수 학교들이 ‘징검다리 프로그램’ 안내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놓고도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프로그램 일정을 12월부터 짜놓은 경우도 적지 않다.

C중학교 김모(36·여) 교사는 “연초 교과과정을 마련할 때 기말고사 이후 일정을 계획하지만 막상 닥치면 막막해진다”며 “사실상 2학기 진도가 끝난 상태라 수업 진행도 애매하고 영화만 틀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방이동 장모(43·여)씨는 “중3 아들이 기말고사를 끝낸 뒤부터는 놀려고만 한다”며 “학원 밖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고교과정 학원에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는 연말연시로 이어지면서 청소년 비행과 일탈 우려가 크다”며 “무리한 계획보다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