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입력 2012-11-07 21:20

한·미 북핵 공조 유지하고, 중국과 패권다툼 자제하길

2008년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 대선을 통해 첫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4년 전 ‘변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던 오바마가 이번엔 밋 롬니 후보를 제치고 4년 더 미국을 이끌게 된 것이다. 오하이오 등 경합주에서의 승리가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순탄하지 않다. 각종 난제가 쌓여 있는 탓이다.

경제 살리기는 최대 과제다. 그는 국가부채 감소와 경기 부양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임기 동안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해마다 1조 달러 이상씩 증가한 미국의 국가부채는 16조 달러를 넘었다. 경제성장률은 2% 정도다. ‘재정절벽’에 떨어져 경제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해결책의 핵심은 연 25만 달러 이상 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과 국방 예산 10% 감축이다. 이 돈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부유층 증세에 반대하며 정부 지출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향후 미국경제 상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오바마는 미국경제 재건을 위해 공화당과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가 관심거리다. 그는 대선 TV토론에서 “중국은 적이기도 하고, 규칙을 준수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동반자이기도 하다”고 했다. ‘잠재적 동반자’보다는 ‘적’에 방점이 놓여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미국의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내포돼 있다. 반면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외교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일 간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에도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대해 중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양국관계가 평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아시아에서 미·중관계가 요동치면 한반도 정세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북한은 중국과 각각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중 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세계경제 회복과 핵 확산 방지 등 지구촌 현안들을 해결하는 일도 쉽지 않다. 주변국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중국과 힘을 앞세운 패권다툼에 나서지 않기를 기대한다.

동북아 안정의 최대 위협 요소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우리 정부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오는 12월 19일 대선에서 누가 우리나라 차기 대통령이 되든지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아울러 내년 말과 2014년 3월이 시한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 한·미원자력협정 논의에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