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섬김사역으로… 교회, 지역사회를 품다

입력 2012-11-07 21:15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지역사회를 섬기는 모범 교회들을 발굴·시상해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수상한 교회는 대교회(25곳)와 농촌교회(30곳) 등 모두 106곳. 본보는 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와 함께 이들 수상교회 가운데 ‘이색 섬김사역’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교회 3곳을 살펴봤다.

충남 금산군 상리의 금산평안교회(홍승훈 목사)가 ‘빨래방 교회’로 유명해진 건 불과 4,5년 전이다. 평소 교회는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등을 위해 연탄 은행을 운영했다. 하지만 성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연탄배달을 나가서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고통 한 가지가 있었다. 악취 문제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이불 같은 큰 빨래를 손수 하지 못하자 악취가 진동하는 것. 세탁기가 있어도 사용법이 서툴러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우리 교회가 빨래를 해드리자.’ 평안교회의 ‘동그라미 빨래방’ 사역은 이렇게 시작됐다. 교회 빈 공간에 세탁기 2대를 두고 교회주변 270가구의 빨래더미를 들고 출발한 빨래방 사역이 현재 전국 19개 지역의 자치단체와 교회 등으로 확산될 줄은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회의 빨래방 봉사에 대한 지역 노인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요와 더불어 각종 비용 감당이 힘들어지자 교회 측은 금산군과 한국타이어 복지재단으로부터 운영비와 사업비, 세탁기 등의 지원을 얻어냈다. 오지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까지 소문이 나자 2008년 교회 측은 ‘이동 빨래차’를 구상했다. 6개월 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특수 제작된 이동빨래차를 기증한데 이어 충남도청도 차량운영비를 지원해줬다. 충남도는 현재 평안교회의 동그라미 빨래방을 모델로 삼아 도내 16개 시·군에 빨래방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조그만 시골교회의 평범한 섬김 사역이 지역사회의 모범 복지사역 프로그램으로 변모, 노인 복지프로그램의 새 영역을 구축해 낸 셈이다. 홍승훈 담임목사는 “노령화에 접어드는 시대적 상황과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면서 “사역의 주체가 교회라는 점에서 복지사역보다는 교회 섬김 사역으로 더욱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양대광교회(신정 목사)의 ‘임산부 학교’는 지역 임산부들의 필수 코스로 떠오를 만큼 인기다.

광양제철로 유명한 전남 광양시는 직장을 따라 이주한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타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특히 낯선 곳에서 겪어야 하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우울증과 입덧 등 임산부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12년 전 첫 선을 보인 게 임산부 학교다.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은 임산부 체조와 태교음악, 웃음치료를 포함해 다양한 부부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회 성도들이 “임신한 동네 여성들이 스스로 찾아올 정도”라고 말할 만큼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교회 측은 세미나를 통해 임산부학교 운영 노하우를 전파 중이다. 또 예장통합 교단 산하 신학교육기관인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연구원 등 다양한 교계 교육기관과 함께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연구·보급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일산 은혜교회(강경민 목사)가 2004년에 마련한 ‘은혜쉼터’는 지방에 사는 암환자들에게 안식처 같은 공간이다. 국립 암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교회의 특성을 십분 살린 것. 지방에서 치료차 올라온 환자들을 위해 가정집 3층에 전세를 얻어 텔레비전과 컴퓨터, 냉장고 등 비품과 쌀, 이부자리 등을 항상 준비해두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암환자들 사이에서는 “모텔이나 월세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한 곳”이라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라창호 기윤실 사회복지위원장은 “지역사회 곳곳에 깊이 파고든 섬김 사역은 그 자체가 무언의 전도이자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며 “지역사회의 섬김을 통해 칭찬받는 교회를 더 많이 발굴해 알리는데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