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더디고… 감추고… 속타는 새누리

입력 2012-11-07 19:26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핵심 공약 발표가 자꾸 늦어지자 당내에서 “실기(失期)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의 단일화 전략에 맞설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비교우위인 정책 분야마저 밀리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쇄신파 의원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전날 발표한 4년 중임제 개헌안에 대해 “발표가 늦어지며 긴 시간 고민하기에 기대치가 높았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수용하든가 ‘임기를 1년8개월 단축하는 안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길 기대했었다”면서 실망을 드러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려고 야권 후보 회동에 맞춰 정치쇄신안을 발표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분석도 가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너무 지연됐고 더 늦출 수 없어 그날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시점보다 열흘이나 지나 발표된 쇄신안의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 역시 발표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 논의 전에 발표해 이슈를 주도해야 했다”며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아도 관심을 끌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책 발표를 안 할 수도 없지만 해봤자 단일화에 묻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적의 이면에는 박 후보가 정책을 내놓기까지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안 위원장은 6일 “공천 비리 척결을 강조한 박 후보의 최종 발표를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지난달 29일 (내가) 기자간담회를 해서 (박 후보에게) 야단맞았다”며 그간의 상황을 언급했다. 쇄신안을 만들어 보고한 안 위원장조차 최종 발표 내용을 알 수 없어 답답했으며, 박 후보를 재촉하듯 간담회를 열었다가 지적을 받았다는 얘기다. 정책개발에 참여한 이들은 “후보에게 정책이 전달되면 내용이 바뀌어 나오는데 누구랑 논의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박 후보 측근들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영입된 두 위원장(김종인, 안대희)이 연이어 태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고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책을 넘어 전체 판을 쥐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에게 윽박지르고 따지는데 박 후보의 원칙을 건드려선 안 된다”고 했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가장 중시하는 박 후보의 생각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