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오바마 시대] 오바마·시진핑의 G2… “갈등 있어도 파국은 없다”

입력 2012-11-07 19:22


“미국은 강하고 번영되고 성공적인 중국이 전 세계 문제에 있어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로서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19일 후 주석의 미국 방문 때 이러한 요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이 긍정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자고 다짐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이제 오바마와 시진핑(習近平)이 이끌게 될 미·중 관계는?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한 두 나라가 권력 재편 이후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유소작위’로=오바마는 대선기간 중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중국 때리기’에 질세라 중국 제품 수입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안보 측면에서는 ‘아·태 회귀’를 통해 중국 봉쇄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게 분명하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주석직에 오른 뒤 대미 관계에 있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름)가 아니라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한 역할을 함)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웃기는 짓”이라는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아·태 회귀’에는 ‘반접근(anti-access) 전략’=미국이 2010년 ‘아·태 회귀’를 선언하자 중국은 미 해군이 중국 근해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반접근(anti-access)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 문제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서둘러 정식 취역시킨 것도 반접근 전략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중국 내에서는 센카쿠 분쟁도 결국 미국이 2차대전 뒤 세계질서를 잘못 짠 데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힘으로 주변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국방비가 2002년 200억 달러에서 지난해 최소 1200억 달러로 6배나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갈등 불구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양국은 최근 2년 동안 통상 문제와 전략적 이해관계 등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미국은 중국 때문에 아시아에서 자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경계한다. 중국은 미국이 일자리 유출을 놓고 자신을 겨냥하는 것을 불만스러워한다.

이러한 구도는 미국이 지금 ‘재정 절벽’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있어서 미국의 절반 수준(중국 7조3011억 달러, 미국 15조900억 달러)까지 따라붙을 만큼 경제력을 키운 데서 비롯된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과 오바마는 서로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며 “정책상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쌍방 모두 파국은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진핑이 무대에 오른 뒤 후진타오 때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긴 하겠지만 중·미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