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
입력 2012-11-07 18:17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는 딱 인간사 오욕칠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 스토리텔링이 갖는 묘한 매력이 있고, 시청자 입장에선 ‘비밀스러운 삶’을 드라마가 대신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10분 이 드라마가 끝나면 인터넷 포털 뉴스 등엔 ‘사랑과 전쟁 2’의 재구성을 통한 인터넷 매체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예고 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기사 제목은 한결 같이 ‘경악’ 수준이다. 막장 남편과 아내, 엽기 며느리, 당당한 내연녀, 처첩대전, 내연녀 시누이, 사이코패스 남편, 올가미 시모 등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제목으로 네티즌들을 자극한다.
‘사랑과 전쟁’은 케이블 채널을 이동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건 한 편쯤 볼 수 있는 ‘국민드라마(?)’가 됐다. 페르소나(가면을 쓴 인격)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서 다(多)미디어시대에 딱히 말릴 수도 없는 일이긴 하다. 노골적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를 담은 포르노성 영화를 ‘하드코어’라고 부르는데 이 드라마가 TV프로그램의 하드코어인 셈이다.
한데 그 저작권자가 공영방송 KBS이다. KBS의 정체성 혼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대체 왜 공영방송에서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KBS 입장에서 보면 속 모르는 소리일 수 있다. 재원을 보자면 광고비와 수신료 비율이 6대 4이기 때문이다. TV 2개 채널과 위성방송 1개, 라디오 7개, 지상파 DMB까지 운용하려면 KBS 2채널을 통한 광고수익 확보가 필수인 셈이다. 수신료는 1980년 정해진 2500원이다. 이마저도 100분의 3을 EBS 지원에 쓴다.
이 정체성 모호한 방송사 구조 개편을 ‘조직과 경영의 비효율성’ 문제에 시달리는 KBS 구성원 스스로 하라는 건 무리다. KBS 이사회와 차기 사장 등이 ‘정체성 확립’을 내걸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KBS 2TV를 상업방송으로 독립시키고 KBS 1TV와 EBS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