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영어 유입과 진화과정 소개… ‘역사스페셜’

입력 2012-11-07 18:08


역사스페셜(KBS1·8일 밤 10시)

1797년 경상도 관찰사 이형원이 영국 함선을 접하고 소위 그들의 문자 영어 문서를 보게 됐다. 그리고 조정에 다음과 같은 보고를 했다. “그 모양새가 구름과 산 같은 그림 같아서 (그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은둔의 왕국 조선에 영어는 이렇게 상륙했다.

‘잉글리시 조선상륙기’ 편은 이런 영어의 유입과 진화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권력화된 ‘영어계급’을 관찰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한 해 영어 사교육비용이 15조원에 이를 만큼 영어를 절대적인 언어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일부 극성 학부모의 경우 원어민 발음과 같아지도록 아이의 혀를 수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작팀은 오늘날 수험용 문법 영어의 뿌리가 일제에 의해 강요된 일본식 영어 학습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1882년 구미 열강 중에서 최초로 미국과 수교를 결정했을 때 조선에는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영어통역사를 동원, 삼중 통역을 거쳐 수교협상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1885년 조선에는 최초의 관립영어학교인 육영공원이 설립되고 이후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 사립학교들이 속속 설립된다.

한일병합 이후 일제는 영어 교사를 일본인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학습방식도 말하기 위주에서 문법과 독해를 강조하는 일본식으로 변질했다.

그러던 중 영어가 입시의 주요 수단으로 채택되면서 한국에는 시험영어가 대세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영어 헤게모니 싸움을 둘러싼 국제 정세 현실 속에 한글과 같은 소수 언어는 위축되거나 사멸돼가는 현실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