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오바마 시대 개막] ‘오하이오 승리=당선’ 입증… 경합주 9곳중 8곳 제쳐
입력 2012-11-07 21:49
경합주에서 보여준 힘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을 더 보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예상된 대부분 지역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앞서면서 7일 이른 새벽(현지시간)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오바마는 대선 승리의 풍향계로 주목받았던 오하이오주(선거인단 18명)는 물론 아이오와주(6명), 위스콘신주(10명) 등 오바마 캠프의 ‘방화벽(Firewall)’에서 모두 승리했다. 롬니에게 절대 뚫릴 수 없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처럼 이들 주가 오바마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오하이오 승자가 대선 최종 승자라는 미 정치사의 철칙도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미 정계에는 ‘오하이오가 가면 미국이 간다(As Ohio goes, so goes the nation)’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오바마는 경합주 9곳 중에서 방화벽 3개주는 물론 뉴햄프셔(4명) 네바다(6명) 버지니아(13명) 콜로라도주(9명)에서도 승리했다. 최고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끝까지 승패를 가늠키 어려웠던 버지니아를 사수한 것도 컸다. 오바마는 2000년, 2004년 공화당 승지였던 버지니아를 2008년 빼앗아 왔다. 플로리다(29명)는 막바지 개표 중이지만 오바마 승리가 예상된다. 경합주 9곳 중 그가 패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 한 곳뿐이다.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 속에 전국 득표율이 2% 안팎 차이밖에 나지 않았음에도 오바마가 완승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경합주를 비롯해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된 캘리포니아주(55명), 뉴욕주(29명), 일리노이주(20명) 등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롬니는 오하이오는 물론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했던 버지니아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더욱이 막판 역전을 노리고 총공세를 펼쳤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에서도 큰 표 차로 뒤져 분루를 삼켜야 했다. 롬니는 공화당 텃밭인 미 중서부와 남부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텍사스주(38명)를 제외하곤 결정적 한방이 터지지 않았다. 결국 승자독식제인 선거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합주 내 표심은 계층, 연령층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플로리다의 히스패닉은 오바마, 노인들 표는 롬니에게 확연히 쏠렸다. 롬니는 오하이오의 카운티 대부분에선 승리했지만 정작 유권자가 많이 몰려있는 대도시에선 완패했다. 버지니아 역시 친 민주당 성향의 북부는 오바마, 보수 성향의 남부는 롬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에선 아울러 미 전역의 성별, 연령별, 도농간 후보지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오바마는 여성, 젊은층, 도시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갔고 롬니는 남성, 장년층, 교외 및 농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미 CNN방송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롬니는 남성, 오바마는 여성 유권자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롬니는 남성 유권자의 52%를 얻은 반면 오바마는 45%에 그쳤고, 여성들은 롬니(44%)보다 오바마(55%)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여심(女心)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젊은 층 표심은 오바마, 장년층 이상은 롬니에게 집중됐다. 18∼29세 유권자의 60%는 오바마에게 투표한 반면 롬니는 37%에 그쳤다. 도시 유권자 62%는 오바마에게, 36%는 롬니에게 투표했다. 농촌에선 59%가 롬니, 39%가 오바마를 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