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오바마 시대] 국내기업들, 철강·기계·건설 ‘맑음’ 자동차·전자기기 ‘흐림’
입력 2012-11-07 18:5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재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대미 수출과 관련해 업종별 희비가 더욱 분명히 갈릴 전망이다.
재계 단체는 7일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세계경제의 안정과 우리 기업들의 대외 수출여건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오바마 2기를 맞아 산업별 손익계산에 분주했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 기간 중 일자리 창출 공방에 휩싸여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공격 소재로 활용됐던 LG화학 관계자는 “(오바마의 재선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철강, 기계, 건설,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대미 진출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동차나 전자기기 산업의 수출 여건은 현재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제조업 부흥과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철강과 기계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의 미국 진출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IT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한국 IT 산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양국 간 파트너십은 늘어날 전망이다. 또 미국 내 소비전력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RPS)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여 신재생에너지 업종에도 파란 불이 켜졌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리 기업에는 호재다.
그러나 자동차, 전자기기 산업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2기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수요 진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자국 브랜드를 지원하고 외국 완성차업체에 대해선 기술 및 환경 규제 등을 통해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차별적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국내 냉장고·세탁기 등에 대한 덤핑판정, 상계관세 부과 등 수입제재 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난관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더욱 강한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할 수 있기 때문에 낙관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