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도 못말린 사랑… SF 판타지의 기발한 진화
입력 2012-11-07 17:50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두 개의 중력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캐나다 합작영화 ‘업사이드 다운’(후안 솔라나스 감독)은 각각의 중력 때문에 위아래로 맞닿아 있는 두 세계에서 일어나는 남녀 간의 사랑과 해프닝을 그린 SF 판타지다. 영화는 360도 회전하는 특수 세트장 촬영과 액션을 방불케 하는 와이어 연기 등으로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중력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에서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접촉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고 중력이 거의 없는 비밀의 숲에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이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불안한 데이트를 즐긴다.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아담은 사랑하는 에덴을 직접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 나와야만 한다. 아담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 에덴을 만나는 순간, 국경수비대에 발각돼 추격을 당하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랑스 감독인 후안 솔라나스는 2001년 첫 단편 영화 ‘머리 없는 남자’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10여년 만의 장편 연출에 기발한 상상력을 살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주인공들의 무한한 사랑의 힘을 들려주려 했다. 그러나 중력이 제각각인 두 세계의 상황 설정이 너무 복잡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멜랑콜리아’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커스틴 던스트의 상큼한 연기가 부족한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남녀 주인공이 기암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나누는 몽환적인 키스 장면과 하얀 눈발이 날리는 비밀의 숲에서 아담이 에덴을 등에 태우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데이트 장면이 볼만하다. 8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