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스타일’ 공연하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팝페라도 클래식도 모두 내 스타일”

입력 2012-11-07 17:5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는 오랫동안 제 기도 제목이었어요. 언젠가는 꼭 이곳에 세워달라고 기도했는데 응답이 KTX 속도로 왔지요.”

지난 5일 서울 염곡동 아트원문화재단에서 만난 팝페라 테너 임형주(26)는 흥분된 표정으로 연신 “너무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대관 심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1988년 개관 이후 국내 아티스트 가운데 그 무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친 이는 조수미 조용필 조영남 뿐. 임형주는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의 주인공이자 역대 최연소라는 기록까지 갖게 됐다.

18일 열리는 공연 제목은 ‘클래식 스타일’. 1부는 이달 말 발매 예정인 첫 클래식 컬렉션 앨범 ‘클래식 스타일’의 수록곡과 이탈리아 독일 한국의 가곡들로 꾸며진다. 2부는 ‘팝페라 스타일’이라는 주제로 뮤지컬 팝 재즈 가요 드라마OST 등이 펼쳐진다. 2280석의 오페라극장 공연인 만큼 50인조의 코리안 내셔널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6인조 댄스팀이 함께 할 예정이다.

2부를 시작하는 곡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타라의 테마’. 사연이 있는 곡이다.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상황 앞에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지요. 어린 시절 유학해 ‘동포’처럼 살아온 제 모습이 화려해 보여도 사실 많이 외로웠지요. 은퇴하면 돌아갈 한국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힘들 때마다 듣고 불렀던 곡이지요.”

예원학교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정규 클래식 음악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으며 자란 정통 성악도 출신이다. 미국 줄리아드음대 예비학교, 이탈리아 피렌체 산펠리체 음악원 성악과를 나와 현재 오스트리아 빈 슈베르트음대 성악과에 한국인 최초의 초청학생으로 재학 중이다. 그는 “그동안 클래식이라는 한우물만 파왔다”고 자부했다.

12세에 데뷔해 유명세를 타면서 뮤지컬 제의도 숱하게 받았다. “제 그릇이 아닌 것 같았어요. 너무 일찍 데뷔해 빨리 소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죠. 일찍 핀 꽃이 빨리 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당장의 인기 대신 노래를 오래하는 길을 선택했다.

내년이면 벌써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데뷔 10주년이다. 그동안 독집 앨범은 12장을 냈지만 정규앨범은 4장밖에 안 냈다. 마지막 앨범이 나온 지 7년이 지났다. “4집이 10만장 넘게 팔렸는데 다시는 그렇게 많이 못 팔 것 같기도 하고, 정규앨범은 몇 년간의 고민이 응집된 결과물이라 섣불리 나서기는 힘들어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그는 “벌써 세계 데뷔 10년인데 ‘나 그동안 잘 버텼어요’라고 외치고 싶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임형주의 꿈은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영혼을 담는 목소리’와 영국 출신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만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융합한 음악을 하는 것. 또 하나는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다.

그는 이를 위해 2008년에 수익금 100억원을 기부해 비영리재단인 아트원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 후 재능은 있지만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가르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재능이 재능을 키우는 건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그에게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글=한승주 기자,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