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강등학] 아리랑의 글로벌 행보 빛 보려면

입력 2012-11-07 19:32


“인류문화유산 등재 계기로 우리 겨레를 하나로 묶는 향토민요에 관심 쏟을 때”

우리 아리랑이 인류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최종 확정은 12월 3일부터 7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심사소위원회의 판정이 전체회의에서 번복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아리랑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거의 확실시된다.

아리랑은 본디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 존재하던 향촌노래이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후반에는 도시의 유흥문화가 되고, 20세기를 전후해 전국적인 유행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1926년에 민족 현실을 그려낸 영화 ‘아리랑’이 성공하면서 그 주제곡 또한 센세이션을 일으켜 민족 구성원 모두의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그런가 하면 아리랑은 어느덧 대중가요가 되어 윤도현의 ‘아리랑’이나 SG워너비의 ‘아리랑’처럼 락, 발라드, 힙합, 트로트 등으로 새롭게 변모되어 지속되고 있다. 노래를 넘어 영화, 무용, 연극, 소설, 시, 그림 등 다양한 예술장르로 확산되어 거듭 창작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정서적 DNA와 같은 존재이다. 시골의 소박한 향토문화에서 출발해 여러 시대와 문화를 관류하면서 오늘에 이르는 동안 공동체 구성원의 내면에 깊이 자리해 정체성과 유대감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진화를 이룩하며 문화적 힘을 지속시키는 노래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리랑의 문화사적 가치와 의미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이 인류문화유산의 등재 전망을 확보하기까지 중국과의 갈등으로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것은 중국이 작년 6월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비롯된 일이다. 중국이 아리랑을 그들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중국은 현재 아리랑 외에도 조선족의 전통혼례, 한복, 농악, 가야금, 씨름, 판소리 등을 그들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고, 그중 농악은 농악무라는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우리의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아리랑이 한국의 고유문화로서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가 대외적으로 우리 문화로 자리매김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농악의 사례가 말해주듯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면이 있었던 것이다. 어찌 됐든 아리랑은 이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면서 다시 한번 그 전개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랑의 글로벌한 행보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그중 먼저 고려할 것은 아리랑의 국내적 존재기반 확충이다. 현재 아리랑의 뿌리에 해당하는 향토민요 아리랑의 전승과 관리는 극히 미진한 상황이며, 아리랑 축제나 이벤트 또한 대부분 지역적 행사에 머물러 있어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지 않고 학문적 기반 또한 미흡한 상황이다.

함께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북한, 중국 등 대외적 문제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이동과 더불어 디아스포라 문화를 형성했다. 따라서 아리랑의 글로벌 행보는 우선 우리 민족을 포괄하고 하나로 묶는 일부터 해내야 한다.

특히 아리랑의 공유자라고 해야 할 북한과는 아리랑이 긴장을 해소하는 매개로 작용하도록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또 중국과도 아리랑으로 인해 더 이상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문화적 소통을 이룰 필요가 있다. 해외 우리 민족이 부르는 노래에서 보듯 아리랑은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인 바, 모두를 아우르는 구심적 역할을 해내야 한다.

강등학 강릉원주대 교수 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