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오바마 시대 개막] 태풍 ‘샌디’가 롬니 날렸다

입력 2012-11-07 21:49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팽팽한 대선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CNN이 6일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60%가 대선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경제’를 꼽은 데서 드러나듯, 이번 선거전의 처음과 끝은 국민의 생계문제가 장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 파산 직전의 국가를 물려받은 뒤 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의 늪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4월 밋 롬니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두 후보는 경제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으며 현재는 회복중인가를 두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8월 말∼9월 초 공화·민주 두 당의 전당대회가 차례대로 열리며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전이 본격 개막했다. 롬니의 부인 앤이 “그의 성공은 물려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이룬 것”이라고 말할 땐 공화당이 컨벤션 효과를 누렸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며 열변하자 민주당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미셸 오바마의 감성적인 연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치열하게 전개되던 두 캠프의 선거전은 9월 17일 롬니의 ‘저소득층 비하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며 고비를 맞게 된다.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롬니가 “47%의 미국인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오바마에 투표할 이 사람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 이 장면은 서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경합주 우세를 근거로 손쉽게 오바마로 향하는 듯했던 승리는 지난달 3일 열린 덴버에서의 1차 TV토론 이후 미궁에 빠진다. 차분하면서도 공격적이고 논리정연한 롬니와 방어에만 급급했던 오바마가 대비됐고, 롬니 지지율은 치솟았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4년 더’ 희망도 물거품이 될 뻔했다.

오바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TV토론에서 우세승을 거두며 롬니의 상승세를 일단 차단한다. 그러나 마지막 ‘신의 한 수’는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하면서 완성됐다는 평이다.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바마는 구호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의 리더십을 선보여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서베이몽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

바마 대통령이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칭찬한 직후 오바마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선거 나흘 전인 지난 2일에는 노동부가 10월 실업률을 발표했다. 43개월 동안 8%를 상회했던 실업률은 9월(7.8%)에 이어 두 달 연속 7%대인 7.9%를 기록,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오바마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오바마의 승리를 예상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